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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설계한 폐 신약, 특허엔 사람 이름만 올랐다

인실리코의 AI가 폐섬유증 치료용 분자를 제안했지만, 미국 특허에는 인간 다섯 명만 이름을 올렸다. 법은 아직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nullbot 편집팀게시일 2026년 8월 27일읽는 데 3분출처 (3)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미국 특허상표청(USPTO) 본부 내부.
Antony-22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2023년, 바이오테크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자사의 생성형 AI 플랫폼이 폐섬유증 치료용 유망 신물질을 "발견"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당시 ISM001-055로 불렸던 이 후보물질은 폐 조직이 흉터처럼 굳어가는 만성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IPF)을 표적으로 하며, 전 세계 약 500만 명이 앓고 있고 진단 후 중앙생존기간이 3~4년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자체 플랫폼인 Pharma.AI는 먼저 PandaOmics 엔진으로 키나아제 TNIK을 유망한 표적으로 찾아냈고, 이어 생성 화학 엔진인 Chemistry42가 화합물 자체를 설계했다. 이 과정을 통해 표적 확인부터 전임상 후보물질 선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18개월로 단축됐다. 2025년 3월, 미국채택명칭협의회(USAN)는 이 화합물에 렌토서티브(Rentosertib)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IPF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a상에서 최고 용량군은 폐 기능이 평균 98.4밀리리터 개선된 반면, 위약군은 평균 62.3밀리리터 악화됐다.

그러나 이 새로운 화학 구조를 보호하기 위한 특허를 출원할 때, 인실리코는 AI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특허에는 다섯 명의 인간이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2014년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회사를 창업하고 2019년부터 본사를 홍콩에 둔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자보론코프도 포함된다.

특허에는 인간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보도자료와 법적 서류 사이의 이 간극은 우연이 아니라 미국 특허법의 직접적인 결과다. 미국 법률(35 U.S.C. § 100(f))은 발명자를 "individual", 즉 개인으로 정의한다. 2022년 8월, 세일러 대 비달(Thaler v. Vidal) 사건에서 워싱턴의 한 항소법원은 이 용어가 통상적인 의미로 인간을 가리킨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특허 변호사 라이언 애벗이 스티븐 세일러를 대리해 제기한 것으로, 세일러는 자신의 AI 시스템 다부스(DABUS)가 열전달과 적층성을 높인 정교한 기하학적 표면을 지닌 식품 용기의 발명자로 인정받기를 원했고, 어떤 인간도 설계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러한 "형이상학적 문제"는 본질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기계는 사람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지만, 그 여파는 식품 용기를 훨씬 넘어선다. 동일한 규칙이 AI가 제안하는 모든 분자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간 발명자가 없으면 발명도, 특허도 없다"고 특허 변호사 사라 코먼은 말한다. 그는 현재 AI 신약개발에 특화된 알파벳 산하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의 최고사업책임자 겸 법률책임자를 맡고 있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조차 AI 시스템이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수행했다면 발명 행위에 해당했을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더 이상 AI가 무언가를 발명했는지가 아니라, 인간이 발명의 "착상"에 충분히 기여해 이른바 파누(Pannu) 요건에 따라 공동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다.

워싱턴의 태도 전환

이 기준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는 특허청 스스로의 행보에서 드러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USPTO는 2024년 2월 "AI 지원 발명의 발명자 지위 지침"을 발표해, 기업이 AI 지원 발견에서 인간이 실제로 공동 발명자로 인정될 조건을 판단하도록 도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USPTO는 태도를 바꿨다. AI는 이제 계산기와 같은 단순한 도구로 공식 취급되며,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2024년의 상세한 지침과 오늘날의 "계산기" 입장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어 기업들은 믿을 만한 나침반 없이 남겨진 셈이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여전히 가장 엄격한 문서화를 권고하는데, 애벗이 경고하듯 잘못된 발명자가 기재된 것으로 드러나면 이미 등록된 특허라도 훗날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학습 데이터 큐레이션: 어떤 생물학적 데이터셋을 선택, 정규화 또는 제외했는가
  • 보상함수 설계: 결합 친화도, 합성 용이성, 독성 위험에 어떤 가중치를 부여했는가
  • 후보물질 선정: AI가 생성한 목록에서 왜 특정 분자를 선택했는가
  • 실험적 검증: 이후 인간이 어떤 합성 경로와 동물실험을 결정했는가

인간 화학자들은 여전히 약물을 합성하고, 변형체를 만들고, 동물실험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이 바로 특허에 이름을 올릴 사람이다. 설령 실험까지 포함해 이 과정을 완전히 로봇화한다 해도, 결국 누군가는 버튼을 누르고 예산을 승인해야 한다.

알렉스 자보론코프, 인실리코 메디슨 창업자 겸 CEO

투자와 미국 밖에 걸린 문제

이 문제의 판돈은 특허 분쟁 하나를 훨씬 넘어선다. 의약품의 상업적 수명 동안 화합물 특허는 흔히 순현재가치의 60~80%를 차지하는데, 발명자 지위가 성공적으로 도전받으면 투자의 경제적 근간이 흔들린다. 애벗은 미국 정책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신뢰할 만한 특허 보호 밖에 계속 둔다면, AI 신약개발 전반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미국 저작권청이 전적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텍스트에 저작권 보호를 이미 거부하고 있고, 이것이 미국영화협회(MPAA) 같은 단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구도다. 유럽특허청과 영국, 중국, 일본의 특허청 역시 인간 발명자를 요구하지만, 세부 기준이 서로 달라 국제 PCT 출원 하나만으로는 관할권 간 이런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다.

신약개발에 생성형 AI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이 문제는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USPTO가 현재 이 의무를 아무리 느슨하게 해석하더라도, 국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특허를 확보하려면 데이터 선정부터 실험실 검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의 판단을 빈틈없이 기록해 두어야 한다. 유럽특허청, 영국·중국·일본 특허청이 모두 인간 발명자를 요구한다는 사실은,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특허를 노리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각기 다른 기준을 개별적으로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네이티브"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임상 데이터만큼이나 이런 문서화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사후에 무효가 된 특허는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지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1. KI erfindet neues Medikament gegen Lungenfibrose: Warum das heftig am US-Patentrecht rütteltt3n · 2026년 8월 27일
  2. When AI designs a drug, who gets the credit?MIT Technology Review · 2026년 8월 21일
  3. First AI-designed drug, Rentosertib, officially named by USANDrug Target Review · 2025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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