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AI ‘기계의 낙원’이 인간성 해칠 수 있다 경고
교황 레오 14세는 9월 25일 프랑스 방문 첫날, 인공지능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흐름을 경계하며 윤리적 분별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26년 9월 25일, 교황 레오 14세는 프랑스 파리 방문을 시작하며 기계가 일상에 들어와 이를 조건짓는 ‘기계의 낙원’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엘리제궁 연설에서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알아볼 수 있는 윤리적 분별 교육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71세인 가톨릭 교회의 수장은 이번 프랑스 방문에서 인공지능 문제를 전면에 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새 기술은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며, 지배와 불의의 또 다른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AI 서비스나 기업을 겨냥한 발언이라기보다 기술 발전의 방향을 둘러싼 원칙적 경고다.
‘지능’이라는 이름과 인간의 존엄
레오 14세는 윤리 없이 추구되는 모든 과학은 본래의 의미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인공 시스템에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가리키는 말인 ‘지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생각과 관계는 비인간화 과정 속에서 빈곤해질 수 있다는 것이 교황의 진단이다.
교황의 우려는 기계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는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계산 시스템에 지능이 부여되는 동안, 인간의 삶은 효율성이라는 기준으로 평가되고 생산적이지 않다고 여겨질 경우 거부되거나 버려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는 존엄이 있다는 인식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의 연설에는 구체적인 규제안이나 특정 제품, 기업, 정부에 대한 지목은 없었다. 따라서 이를 개별 기술의 안전성 평가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다만 자동화와 알고리즘을 도입할 때 속도, 비용 절감, 생산성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권리와 관계, 책임의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기준은 분명히 제시했다.
기술 중단 아닌 윤리적 판단의 요구
레오 14세는 인공지능 연구 자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핵심은 기술을 개발하고 구매하며 사용하는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개발자뿐 아니라 공공기관, 학교, 의료기관, 기업과 이용자도 기술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 자동화된 판단을 도입하기 전에 사람이 효율과 성과의 숫자로만 평가되는 구조인지 점검한다.
- 학교와 직장에서 AI 활용법과 함께 윤리적 판단을 다루는 교육을 마련한다.
- 권리와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사람이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절차를 남긴다.
- 기술 혁신을 수익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취약한 사람들과 공공생활에 미칠 영향도 검토한다.
교황은 같은 방문에서 과학기술과 생명윤리 문제도 연결했다. 그는 과학과 기술이 유전 조작, 대리출산, 인체 장기 거래, 자신의 죽음을 마련할 가능성을 촉진하는 이윤 중심 사업으로 바뀔 위험이 있는 사회적 흐름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프랑스가 6월 일부 성인 환자에게 조력사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나왔다.
평화와 법치, 교회의 신뢰 문제
이번 일정은 교황의 프랑스 공식 방문으로는 약 18년 만의 일로 보도됐다. 다만 방문 기간을 두고는 보도 간 차이가 있다. 한 보도는 3일 일정이라고 했고 다른 보도는 4일 방문이라고 전했다. 두 보도 모두 파리, 남서부의 순례지 루르드, 독일 국경 인근 메스가 일정에 포함된다고 했으며, 메스에서 유럽 평화에 관한 연설이 예정됐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파리가 세계 평화를 위한 지치지 않는 옹호자로 남아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5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는 세계가 전쟁의 고통에 무감각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다른 정치인들에게 전쟁의 전망에 체념하거나 전쟁을 불가피한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법치를 존중하지 않는 세계 지도자들도 비판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을 때는 법을 내세우고, 법이 자신들을 제약할 때는 무시하며, 정의마저 사고팔 수 있는 상품처럼 다룬다는 것이다. AI에 관한 경고와 법치 비판은 모두 기술과 제도가 인간의 윤리적 책임에서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루르드에서는 교황이 성직자 성학대 피해자 7명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2021년 보고서는 프랑스에서 70년 동안 성직자나 다른 교회 관련 인물에게 약 33만 명의 아동이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산했고, 교회 관계자들의 ‘조직적’ 은폐를 지적했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보상 제공에 합의했지만, 일부 피해자 단체는 더 많은 생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에서도 생성형 AI와 자동화 도구가 교육, 채용, 행정, 의료와 기업 업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교황의 발언은 종교적 입장과 별개로 실무적 질문을 남긴다. 시스템의 정확도와 편의성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설명과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지, 기술이 개인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지 아니면 더 빨리 분류하게 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